한국 사극 드라마는 이야기와 배우만큼이나 ‘공간’이 중요합니다. 전통미와 고즈넉한 정서를 담아내는 촬영지는 때론 한 장면의 감정을 좌우하기도 하죠. 특히 요즘은 사극 배경으로 쓰인 실제 장소를 따라가는 여행, 일명 사극 로케이션 성지순례가 조용한 인기입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연모〉, 〈미스터 션샤인〉, 〈옷소매 붉은 끝동〉 등 유명 사극에 등장했던 세 곳의 고궁 촬영지를 비교하며, 직접 방문했던 생생한 후기를 전해드릴게요. 각각의 장소가 담고 있는 역사, 미장센, 분위기가 어떻게 달랐는지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낙안읍성 – ‘연모’ 속 조선의 일상, 살아 숨 쉬는 민속 마을
사극 〈연모〉에서 왕과 궁녀가 민심을 살피기 위해 나서는 장면에서 등장한 장소가 바로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세트장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조선 시대 마을입니다.
낙안읍성은 조선 후기의 구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기와집과 초가집, 돌담길, 우물, 나무 대문 등 모든 것이 실제로 기능합니다.
〈연모〉 속에서는 신분을 숨기고 잠시 마을에 머무는 장면에서 등장하는데,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만큼이나 배경이 주는 사실성과 깊이가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여줬습니다.
직접 가보면 정말 드라마 한복을 입은 배우들이 지금이라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예요. 실제로 한복 대여점도 있어 전통 옷을 입고 촬영지와 같은 장소에서 셀피를 찍는 이들이 많습니다.
📸 촬영 포인트
- 성벽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찍는 한 컷
- 초가집 사이 돌담길에서 정면 또는 뒷모습 컷
- 마을 입구 정자 옆 나무 그늘 아래서 찍는 감성 셀피
🌿 여행 팁
- 순천만 국가정원과 함께 1박 2일 여행 코스로 구성하기 좋아요
- 10~11월 단풍철엔 붉은 나무와 초가집의 조화가 매우 아름답습니다
- 입장료는 성인 4,000원, 주민이 실제 거주하므로 예절 있는 방문 필수
2. 순천 드라마세트장 – ‘미스터 션샤인’의 시대를 걷는 곳
〈미스터 션샤인〉은 1900년대 초, 격변하는 시대 속 인물들의 이야기입니다. 그 배경을 생생하게 재현한 곳이 바로 순천 드라마세트장인데요, 이곳은 한국 최대 규모의 시대극 세트장으로, 총 3개의 테마 마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일제강점기 거리
- 조선 후기 마을
- 근대식 양옥이 모인 일본풍 거리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주인공들이 일본과 조선 사이를 오가며 겪는 갈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배경으로 이 세트장을 적극 활용했어요.
특히 **유진 초이(이병헌)**가 걷던 골목, **고애신(김태리)**이 총을 숨기고 걷던 일본식 가옥 옆 골목길 등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팬이라면 꼭 방문할 만한 장소입니다.
📸 촬영 포인트
- 일본식 2층 가옥 앞에서 찍는 빈티지 셀피
- 골목 벽을 배경으로 흑백 or 세피아 톤 사진
- 철길과 연결된 터널 입구 앞 감성 인물샷
🌿 여행 팁
- 입장료는 성인 기준 3,000원 / 드라마 촬영 세트 내 자유 촬영 가능
- 오전 10시 이전 방문 시 인파 없이 여유롭게 사진 찍기 좋음
- 순천역에서 차량으로 약 10분 거리 (버스도 운행됨)
3. 전주한옥마을 – ‘옷소매 붉은 끝동’과 현대가 공존하는 시간의 골목
전주는 한옥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특히 전주한옥마을은 〈옷소매 붉은 끝동〉이나 〈구르미 그린 달빛〉 등 다양한 사극에서 짧게 혹은 배경으로 자주 등장했어요.
전통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상권과 현대 건물이 섞여 있어, 사극과 현재가 맞물리는 시간의 교차점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한옥마을 중심부의 경기전, 전동성당 뒷골목, 향교길은 실제로 카메라에 담았을 때 사극과 똑같은 톤을 재현하기 좋습니다. 특히 옷소매에서 주인공들이 나란히 걷던 조용한 골목길 장면은 이곳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말도 있어요.
또한 전주는 한국의 전통 음식과 예술이 함께 살아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단순히 촬영지 관광을 넘어서 한국의 미감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해요.
📸 촬영 포인트
- 경기전 입구 돌계단 → 웅장한 느낌의 전통 셀피
- 전동성당 앞 골목길 → 고요하고 감성적인 컷
- 향교 뒤편 대나무길 → 배우 느낌 살리기 좋은 포인트
🌿 여행 팁
- 주말은 매우 혼잡하므로 금요일 오전 or 일요일 오후 방문 추천
- 한복 대여 후 촬영 시 현지 사진작가 서비스도 다수 운영 중
- 맛집 탐방과 함께 하루 반나절 코스로 적합
마무리하며: 사극은 시대의 이야기, 촬영지는 시간의 문
드라마 속 사극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를 전하는 게 아닙니다. 시대의 감정, 인간의 관계, 권력과 사랑의 서사를 담고 있죠. 그리고 그것을 가장 설득력 있게 표현해주는 건 바로 공간의 힘입니다.
- 낙안읍성에서 우리는 백성의 삶과 숨결을,
- 순천 드라마세트장에서는 격변의 시대와 민족의 혼란을,
- 전주한옥마을에선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세 장소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드라마의 감정과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쉬던 무대였고,
그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우리는 마치 그 이야기의 조연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이번 주말엔 잠시 시간의 문을 열고,
사극이 만든 세계로 한 걸음 걸어가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