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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국내 버려진 장소 탐방기

by diary76408 2025. 7. 13.

고요한 여행지

 

 

요즘은 힐링 여행도 좋지만, 어딘가 쓸쓸하고 고요한 장소에 끌릴 때가 있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시간 속에 멈춰 있는 공간. 바로 버려진 장소 입니다.
이곳들은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고, 여행지로 크게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직접 탐방했던 세 곳의 폐허를 소개해볼게요. 낡고 조용한 풍경 속에서 사진 한 장, 기찻길 하나, 벽의 균열까지도 특별하게 다가오는 그 느낌을,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1. 경북 봉화 춘양역 – 멈춘 시간 위에서 걷다

 

경상북도 봉화군의 깊은 산속에 자리한 춘양역은 2020년대 초까지 운행하던 기차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용객 감소로 결국 역 기능이 중단되고, 지금은 더 이상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폐역으로 남아 있죠.

춘양역에 도착했을 때의 첫인상은, 조용함 그 자체였습니다. 철길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플랫폼 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무 의자만이 햇볕을 받고 있었습니다. 작은 역사의 문은 닫혀 있었고, 역명판은 낡았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있더군요.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기차가 멈춘 그 시간에 맞춰 세상이 멈춘 듯한 공기였습니다. 차가운 바람에 들리는 건 바스락대는 나뭇잎 소리뿐. 사람은 없어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한 기억의 기운이 느껴졌어요.

 

📸 촬영 포인트

  • 플랫폼 끝에서 기찻길 따라 뒷모습 컷
  • 역사 벽면의 녹슨 간판과 함께 빈티지 흑백 톤 추천
  • 역 뒤편 숲길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낡은 전봇대 라인

🧭 탐방 팁

  • 자동차로만 접근 가능, 봉화 시내에서 약 30분 거리
  • 근처에 춘양목 군락지가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음
  • 역 주변에는 식당이나 편의시설이 없으니 간식 지참 필수

 


 

2. 강원도 정선 화암광업소 – 사라진 산업의 흔적을 걷다

 

정선에는 한때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쳤던 금광 마을이 있었습니다. 바로 화암광업소. 1930~70년대까지 실제 금과 은을 채굴하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문을 닫고 대부분의 시설이 폐허로 남아 있어요.

화암터널 근처에 조심스레 발을 들이면, 붉게 녹슨 철문, 줄이 끊긴 엘리베이터, 덩굴에 뒤덮인 제련소 벽 같은 것들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마치 영화 세트처럼 느껴지지만, 전부 실제였고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었죠.

폐건물 안에 들어가는 건 추천하지 않지만, 바깥에서 바라보는 무너진 구조물들만으로도 충분히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됩니다.
무엇보다 폐허 특유의 무채색 풍경 속에서, 강한 침묵과 묵직한 메시지가 전해져요. “이곳도 한때 사람으로 북적였겠구나”라는 감정이 스치면, 절로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 촬영 포인트

  • 붉은색 광업소 입구 철문 앞, 흑백 톤 셀피 추천
  • 무너진 벽면에 기댄 포즈 → 감성 컷
  • 주변 산속에서 내려다보는 광업소 전경

🧭 탐방 팁

  • 폐건물 안은 안전상 출입 금지, 외부에서만 관찰 권장
  • 근처에 위치한 화암약수터와 정선 5일장과 연계 코스
  • 주차장 없음, 도보로 접근 (슬립방지 신발 착용 필수)

 


 

3. 충북 제천 남촌마을 – 문 닫힌 집들 사이를 거닐다

 

제천시 남쪽에 있는 남촌마을은 ‘폐가 마을’로 알려진 장소입니다. 90년대 이후 점점 인구가 빠져나가며 지금은 대부분이 빈집으로 남아 있고, 실제로 거주자는 거의 없습니다.

마을 초입에 들어서면, 기와지붕이 내려앉은 집, 깨진 창문과 덜컥거리는 대문, 사라진 간판의 구멍 난 상점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어쩌면 무서울 수도 있는 풍경이지만, 낮 시간대에는 오히려 고요하고 따뜻한 햇살이 마을 전체를 감싸며 묘한 안정감을 줍니다.

이곳에서는 ‘무엇을 본다’기보다 ‘그냥 걷는 행위 자체’가 의미가 됩니다. 걸으며 상상하게 되는 거예요.
이 집에 살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창틀에 걸린 낡은 커튼은 무슨 사연을 품고 있을까?

무언가를 소비하거나 즐기는 공간이 아닌, 시간의 겹을 체험하는 공간.
남촌마을은 그런 장소입니다.

 

📸 촬영 포인트

  • 오래된 담벼락 따라 걷는 뒷모습 컷
  • 폐가 앞의 자전거나 문패 중심 클로즈업
  • 돌담 옆 그늘진 골목길 감성 샷

🧭 탐방 팁

  • 주민이 몇 명 남아 있으므로 큰 소리·침입성 촬영은 금지
  • 여름엔 풀이 무성해 모기 많음, 긴 바지와 모기약 필수
  • 제천 시내에서 버스로 20분, 도보로 접근 가능

 


 

마무리하며: 폐허 속에서 만나는 고요한 위로

 

우리는 언제부턴가 ‘핫한 장소’에 익숙해졌습니다. SNS에 올릴 만한 예쁜 카페, 잘 알려진 관광지. 하지만 그 반대편에도 분명히 존재하는 공간이 있어요.
버려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곳, 멈췄지만 무너지지 않은 시간, 그리고 그 안에 여전히 숨 쉬는 사람들의 기억.

폐허를 찾아가는 건 단순한 구경이 아니라,
지나간 것들과 조용히 대화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혹시 다음 여행에서, 지도에 잘 나오지 않는 작은 점 하나를 찍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곳에서 당신은 아무도 모르던 풍경 속에서, 오직 나만 아는 이야기를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