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겨울의 풍경을 만드는 단어, 눈사람과 눈길
겨울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는 단연 ‘눈사람’이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지 않으면 만들 수 없기에, 이 단어는 겨울이라는 계절 속에서만 살아 숨 쉰다.
어린 시절 눈이 오면 두 손이 얼어붙을 때까지 눈덩이를 굴리며 크고 작은 눈사람을 만들곤 했다.
당근을 코로 꽂아 넣고, 마른 나뭇가지를 팔로 만들어주던 그 과정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겨울만의 의식 같은 일이었다.
그래서 ‘눈사람’이라는 단어에는 놀이와 순수, 동심과 계절의 환희가 함께 담겨 있다.
또 다른 단어는 ‘눈길’이다.
눈이 내린 날 아침, 흰 세상 속을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는 겨울만이 선사하는 특별한 음악이다.
바스락거리는 낯선 소리, 미끄럽지만 포근한 감촉은 계절의 체험을 고스란히 불러낸다.
그래서 누군가 “눈길을 걸었다”고 말하면, 단순한 길의 묘사를 넘어,
겨울 아침의 냉기와 고요함, 그리고 그 속의 따뜻한 감정까지 함께 전해진다.
눈사람과 눈길은 결국 겨울의 차가운 풍경 속에서도 인간적인 따뜻함을 담아내는 단어들이다.
눈은 차갑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만든 추억은 언제나 따뜻하게 기억된다.
## 2. 군고구마와 크리스마스, 겨울의 따뜻한 위로
겨울의 단어는 입과 손끝에서 체감되는 따스함과도 연결된다.
대표적인 것이 ‘군고구마’다.
겨울 거리의 구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노릇하게 구워진 고구마는 차가운 손을 덥히고 허기를 달래주는 음식이었다.
특히 신문지에 싸서 건네받던 뜨끈한 군고구마의 온기는 단순한 간식을 넘어,
겨울의 위안과 정겨움을 상징한다.
지금은 예전만큼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여전히 ‘군고구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겨울 저녁의 따뜻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또 다른 상징적인 겨울 단어는 ‘크리스마스’다.
계절 중 가장 화려한 단어라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는 종교적 의미를 넘어, 설렘과 축제를 함께 불러온다.
크리스마스 트리, 캐럴, 반짝이는 조명은 모두 ‘크리스마스’라는 단어가 가진 상징의 일부다.
연인과의 데이트, 가족과의 모임, 친구들과의 파티 등 크리스마스는 각자의 기억 속에 서로 다른 따뜻함을 새겨놓는다.
그래서 이 단어는 겨울의 차가움을 잠시 잊게 만드는 기쁨과 환희의 상징이다.
군고구마와 크리스마스는 서로 전혀 다른 영역의 단어 같지만, 결국 겨울이 주는 추위를 녹여내는 역할을 한다.
하나는 소박한 온기의 언어이고,
다른 하나는 화려한 축제의 언어이지만, 모두 우리에게 겨울의 따뜻함을 상기시킨다.
## 3. 연말과 새해, 겨울이 남긴 시간의 언어
겨울을 대표하는 또 다른 단어는 ‘연말’이다.
12월이 되면 사람들은 한 해를 돌아보고 정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연말이라는 단어에는 단순히 달력의 마지막이라는 의미를 넘어,
마무리와 회고, 그리고 관계의 소중함이 담겨 있다.
송년회, 회식, 연말 파티 등은 모두 이 단어에서 비롯된 풍경이다.
바쁘게 흘러온 한 해를 붙잡아 두려는 듯,
연말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감사와 이별의 말을 나누게 한다.
그리고 연말이 지나면 곧바로 ‘새해’라는 단어가 찾아온다.
새해는 겨울 속에서 가장 희망적인 언어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다시 시작할 용기를 불러내며, 사람들로 하여금 다짐과 계획을 세우게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는 단순한 인사말을 넘어,
서로에게 건네는 따뜻한 응원의 언어가 된다.
겨울은 차갑지만,
연말과 새해라는 단어는 그 속에서 인간적인 온기를 불러내며,
삶에 새로운 힘을 준다.
차가움과 따뜻함, 끝과 시작이 공존하는 계절의 언어가 바로 여기 있다.
# 마치며
겨울은 가장 차갑고 혹독한 계절이지만, 동시에 가장 따뜻한 단어들이 피어나는 계절이기도 하다.
‘눈사람’과 ‘눈길’은 차가운 풍경 속에서 추억과 놀이의 온기를,
‘군고구마’와 ‘크리스마스’는 추위를 녹여주는 맛과 축제를,
‘연말’과 ‘새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따뜻한 관계와 다짐을 불러온다.
이 단어들은 모두 겨울이라는 계절 속에서만 선명하게 살아난다.
그리고 우리가 그 단어들을 떠올릴 때마다, 차가움 속에서 발견했던 작은 온기의 순간들이 함께 기억된다.
결국 겨울 단어를 수집한다는 것은 차가움 속에 숨어 있는 따뜻함을 발견하는 일이며,
그것은 곧 우리의 삶 속 따뜻한 기억을 기록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된다.
올겨울, 여러분의 마음에는 어떤 단어가 남을까?
차갑게 스미는 바람 속에서도, 그 단어가 작은 불씨처럼 따뜻하게 타오르기를 바란다.